더러운 건 싫다. 끈적거리고. 까끌까끌하고. 불쾌하고.
그리고 순수했던 무언가를 더럽히는 것들.

 

 

 

" 마츠노! 수학이 교무실로 잠깐 오래. 네 동생 일인 거 같던데. "
" 어. "

 

쵸로마츠는 그 말에 교실을 나섰다. 수학이라면 쥬시마츠의 담당 교사였다.

혹시 저번처럼 실수로 유리창이라도 긁은 건가. 왜 이런 일은 매번 자신만 부르는 거야?

 

그런 불평을 하며 간 교무실에서 본 것은 등을 웅크리고 있는 쥬시마츠의 뒷모습이었다.

 

" 선생님. "
" 아, 마츠노군. 쥬시마츠가 몸이 안 좋은 거 같은데 말도 안 하고 양호실도 가지 않겠다고 해서요. 그래서 조퇴를 시키려는데 마츠노군이 좀 데려다주겠어요? 다른 형제들은 지금 전부 바쁜 것 같아서. "
" ... "

 

쵸로마츠는 바닥만 내려다보는 쥬시마츠를 흘긋 쳐다보았다. 아, 제길. 귀찮다. 하지만 교사의 말을 거절하는 건 좋은 평가를 주지 못 한다.

 

" 네. "

 

 

" 쥬시마츠. 교실에서 가방가지고 내려갈 테니까 교문에 서 있어. "
" 응... "

 

쵸로마츠는 왠지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는 쥬시마츠를 보고 혀를 찼다.

 

츳. 정말 아픈 건가.

 

아무렇지 않게 쥬시마츠의 교실로 들어가 가방을 들고나오자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런 시선이 싫은 거다.

 

" 마츠노군. 뭐야? 몇 번째 마츠노지? 쥬시마츠 조퇴하는 거야? "
" 어. "

 

킥, 킥킥

 

왠지 모를 웃을 들을 뒤로한 채 짧게 대답하고 교실을 나가 교문을 가자 웅크리고 있는 쥬시마츠가 보였다.

 

" 뭐야, 쥬시마츠. 많이 안 좋은 거야? "
" 아, 아니. 집에 가, 가. "
" 그래. "

 

점심이 지난 2시는 해가 절정이라 눈이 부셨다. 살짝 몸을 구부린 채 배를 감싸고 걷는 쥬시마츠를 힐긋 보고 쵸로마츠는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애초에 쥬시마츠랑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고.

 

쥬시마츠는 집에 다다를수록 안색이 창백해졌다. 집이 보일 때쯤은 걸음을 빨리 걷는 바람에 자신도 절로 걸음이 빨라졌다.

 

" 어이, 쥬시마츠. 천천히 가라고! 뭐야, 갑자기 배탈이라도 난 거야? "
" 화, 화장실. "

 

거의 뛰기 직전의 걸음으로 집에 들어가자 아무도 없는 정적 속에 쥬시마츠의 신발 벗는 소리만 들렸다. 어찌나 급한지 잘 벗겨지지 않는 신발은 덜그럭덜그럭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 쥬시마츠, 천천히... "
" 화, 화장실!! "

 

쥬시마츠는 정말로 화장실이 급해 보였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하려던 쵸로마츠는 쥬시마츠가 볼일을 끝내면 말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복도로 뛰어가려던 쥬시마츠는 갑자기 주저앉고 말았다.

 

" 쥬시마츠, 괜찮... "
" 아, 안 돼... 아..! "

 

쥬시마츠의 바지가 짙은 색으로 젖더니 이내 노란색 물이 복도를 적셨다. 그리고 풍기는 지린내가 쥬시마츠가 실금을 해버린 걸 증명해줬다.

쵸로마츠는 너무나도 당황하여 신발도 벗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게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어른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도 아닌. 16살이나 먹은 남자가 소변을 지리다니.

 

" 흐... 훌쩍. 흐, 흐윽... "

 

주저앉은 동생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울보인 쥬시마츠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울고 싶은 건 자신이다. 이 더운 날 다시 학교로 가는 것도 귀찮은데 이젠 소변까지 치워야 한다.

 

" 쥬시마츠. 이게 무슨. 네가 어린애야? 소변이 급하면 학교 화장실을 갔어야지. "

" 하, 지만... 못 가게 해, 했는걸. "
" ? "
" 가, 가지 말, 라고. 가면 벌, 히끅 준다고. 히힉... "
" ... "


즉 쥬시마츠의 말은 누군가 화장실을 못 가게 괴롭혔다는 거다.


하, 다들 나이를 어디로 쳐먹은 건지.

 

교실을 나설 때 들려왔던 웃음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귓가를 긁는 듯한 불쾌한 웃음소리.
고작 그따위 협박에 화장실을 못 가서 이렇게 복도에 지려버린 동생의 모습도 짜증 났다.

 


" 혀, 혀엉... "

 

멈칫,

짜증스럽게 신발을 벗고 쥬시마츠에게 다가가던 쵸로마츠는 등을 보인 채로 주저앉은 쥬시마츠가 고개를 돌려자신을 바라보자 걸음을 멈췄다.

 

" 쵸, 훌쩍 로마츠 혀엉... 다, 른 형이랑 토도마츠, 한테 비밀로 해줘.. 혀엉. 흐,윽 훌쩍. "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과 달아오른 눈가. 울상인 표정의 동생. 그리고 소변의 온기 때문에 축축하고 후덥해진 복도가 느껴졌다.

 

 

" 아, 아- 제길. "


그 때 나는 이상한 성벽이 생길 것임을 예상했다.
정말 엿 같은 일이지.

 

유명한 동영상 사이트에 어느 날 올라온 영상 하나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한 남자가 나와서 주저리주저리 혼잣말 하는 짧은 영상은 어째서인지 순위권에 올라앉아 많은 조회 수와 댓글을 차지했다.

 

대체 무슨 영상이길래?

 

나는 일주일이 지나도 순위권에 올라와 내 시야를 어지럽히던 그 영상을 기어이 클릭하고야 말았다.
그래 그렇게 내 신경이 쓰이게 하더니 어떤 영상인지나 보자. 얼씨구? 광고까지 넣어 놨네.

 

무려 15초짜리 광고를 기다리며 나는 화면을 내려 수많은 댓글을 보았다.

 

힘내세요! 이루어질 거에요!
당신은 너무 사랑스러워요!

 

너를 향한 수많은 응원 글과 고백 글이었다.

 

흥. 역시 얼굴만 믿고 지껄이는 시답잖은 영상인가?
그렇게 이유 모를 질투에 빈정거리며 계속 글을 읽고 있을 때였다.

 

달각- 달각-

 

' 이렇게 하는 건가? '

 

그 때 처음 너의 목소리를 들었다.

 

' 어, 으음. 안녕하세요. 저는 쥬시마츠에요. '

 

그때 처음 너의 이름을 들었다.


쑥스러운 듯.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힌 너의 얼굴을 보았다.

 

' 저, 그러니까. 처음 본 건 말이에요... '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너는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스피커의 소리를 키웠다.

 

주저리주저리 횡설수설. 사실 네가 뭐라고 하는지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너는 때때로 소리가 너무 작았고. 빨라졌다 느려졌다. 울먹이다. 웃다.
마치 어떠한 죄책감을 가진 사람이 교회에서 고해성사하는 듯했다.

 

하지만 전해져 오는 것은 있었다. 따듯함.
사내자식이... 그렇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나는 동영상이 끝나감을 느꼈다.

 

이상한 기분이다. 설렘? 아니 마치 불쾌감과 같았다. 술렁술렁 뱃속에서부터 요동치는 파도같이 가슴을 옥죄이는.

 

' 하지만 말이죠, '
" ...? "

 

내내 카메라 시선을 묘하게 피하던 넌 어느샌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마치 내 눈앞에 네가 앉아 내 눈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 ... 당신이 정말 좋아요. '

 

진심이에요.

 

" ...! "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바보같이 그가 정말로 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고개를 숙이자 키보드가 보였다. 그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올렸다.

 

후끈후끈. 열이 오르는 것 같아. 심장이 빨리 뛰어 머리가 어지러워.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건 검정색 화면.

 


영상은 끝나있었다.


" 하, 하하. "

 

그제야 완전히 이해했다. 이건 사랑의 고백이구나. 그렇구나.

 

하지만 당신은. 너는. 그에게 직접 이것을 이야기 해야 했다. 이렇게 영상으로 모두에게 고백하지 말았어야 했다.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도록. 너는 그랬어야 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 안녕. 쥬시마츠. "
" 에... 그러니까. 당신은 누구? "
" 네 팬이야. "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글을 쓰다 보니 저는 고백에 관련된 걸 좋아하는 듯합니다...

사실 이거 이치쥬시로 제이슨 이치 관점으로 쓰려고 했는데 그냥 모브로 ㅠ

이 모브는 스톸커가 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히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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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엑 따가! "

" 쥬시마츠, 괜ㅊ.. "

" 쥬시마츠!! 마이 스위티 괜찮은가!? "

" ... "

" 아 진짜 밥 먹을 때만큼은 그런 발언 자제할 수 없어? "

 

쥬시마츠와 카라마츠가 사귀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 좀 마찰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 이런 광경이 완성되는거다.

 

쥬시마츠가 그녀를 보냈을 때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

 

" 칫. "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바보 아니야? 형제라고. 결국 끝이 좋지 않을 건 당연하잖아?

 

" 헤헷. 형아 고마워. "
" 훗- "

 

 

근데 어째서 그렇게 웃는 거야. 너는.

 

 

 

" 흥얼 흥얼. 응? 이치마츠? 거기서 뭐 하는 건가. "
" ... 카라마츠. "
" 오오. 무슨 일이지 브라더. 고민이 있는 건가? "

 

오래간만에 불린 자신의 이름에 흥분한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말할까. 아니 후회할 거야. 하지 말자.

 

" 카라마츠 형. 쥬시마츠랑 헤어지면 안 돼? "

 

하지만 의지를 배반하고 비집어 나오는 건 추한 질투. 진흙보다 질척거리고 그 어떤 오물보다도 더러운.

 

" 이치마츠. 미안하다. 나는 쥬시마츠를 사랑하니까. 그렇다고 너나 다른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걱정 마라 Non, Non! "

 

끝은 장난스러웠지만 진지한 카라마츠의 대답에 결국 후회했다. 제길 괜히 말했어. 뻔한 결과잖아.

 

퍽!!

 

" 멍청아. 오늘은 만우절이야. "
" 으앗, 이. 이치마츠 아프지 않은가!! "

 

만우절! 에이프릴 풀! 역시 브라더는 우리를 이해해 주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Ze!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정강이를 차고 뒤를 돌아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멍청한 소리에 실소가 나왔다.
망할 쿠소마츠. 바보 같은 쥬시마츠. 끼리끼리 잘도 만났네. 주변에 알게되면 사회적으로 매장이라고. 멍청하긴!

 

빨리 헤어져. 그게 정상이라고. 아주 환상의 바퀴벌레 한쌍이구만?

 

... 쿠소마츠 자식 쥬시마츠를 울리면 죽여버리겠어. 당장 데려와 버릴 테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내 사랑은 묻어두자.

 

 

 

---

 

만우절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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