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것은 슬픔인가? 환희인가!
어쩌면 그 거울은 진실로 진실의 거울이었을지 모른다.



" 이 보게 거기 지나가는 총각. "
" 이 거울은 진실의 거울이야. 당신이 궁금한 걸 알려준다네. "
" 에엑? 정말임까! "
" 그럼. 그렇고 말고. 궁금하면 거울에게 한번 물어봐도 돼. "
" 헤에- 쥬시마츠는 뭘까!? 히에엑 내가 보여!! 나는 나였던 검까? "
" 고럼 고럼. 그 거울은 뭐든지 알려주지. 총각은 아직 궁금한 게 많은 것 같고. 그 거울은 총각한테 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 거 같아. "

어때 그 거울의 주인이 되지 않겠나?

노파의 눈은 그 나이에 맞지 않게 총명하게 빛났고, 이것이 바로 쥬시마츠가 한 달 용돈을 쓰고 온 계기였다.

" 뭐어!? 이 거울이 xx엔이라고!!? 누구야 그 할망구!! 내가 가서 따지겠어!! "
" 진정해 토도마츠. 이건 그냥 쥬시마츠가 호갱인 거라고. 지금 가도 없을거야. 그리고 자 봐봐. 쥬시마츠가 종일 저 거울을 보고 있잖아. 이미 그 할망, 아니 할머니 말을 백 퍼센트 믿고 있는 모습이잖아? "
" 쵸로마츠 말 대로네. 진짜 쥬시마츠가 카라마츄처럼 거울만 보고 있어. "
" 으득- 쿠소마츠한테 물들었어. "
" 오~!! 마이 브라더! 혹시 그 거울에 가장 멋있는 형제를 물어보면 답을 알려주는 것인가? 그럼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제! "

모두가 자신을 둘러싸고 웅성 거림에도 쥬시마츠는 가만히 거울만 보았다. 무엇에 빠지면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쥬시마츠의 성정을 아는 모두는 이것 또한 잠깐의 변덕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 돈을 쓴 것도 아니고. 라는 생각이 한 몫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쥬시마츠는 밖에 나가지 않고 종일 거울만 보았다. 말을 걸어도 잠깐 반응하거나 무시 하기 일쑤였다.
마치 카라마츠 처럼.

물론 오소마츠 처럼 잠깐의 흥미를 느꼈다가 무관심해 하거나, 쥬시마츠가 집에서 얌전에 해 진것에 대해 만족하는 쵸로마츠가 있는가 하면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 쥬시마츠, 뭐해? "
" ... 어? 내 얼굴 보고 있어! "
" ... 뭐야 그게. 쿠소마츠 같은 쿠소짓 하지 말고 같이 고양이 보러 가자. 아니면 같이 야구할래? "

며칠이나 계속되는 쥬시마츠의 행동에 결국 먼저 손을 쓴 건 이치마츠였다. 카라마츠와 같은 행동을 하는 꼴을 보자니 속이 터져 야구제안을 먼저했다. 드디어 오늘은 외출하겠군. 야구 한 번이면 이제 저 짓도 흥미가 떨어지겠지.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의외의 답변.

" 음, 아니. 혼자 가!! "
" 어? 어... "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치마츠는 당황하여 결국 계획에 없던 혼자만의 외출을 했다. 힐긋 본 쥬시마츠는 역시나 거울만 볼 뿐. 약간의 서운함. 사실 쥬시마츠가 거울을 보며 하는 일은 없었다. 가끔 때때로 웃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하는 모습만 보이는데 대체 뭘 그리 보는 건지.

너 때문에 쥬시마츠가 물들었다고 카라마츠의 멱살을 붙잡고 탈탈 털고 싶을 정도였다.

" 대체 뭘 보고 있어? "

어느 날은 쵸로마츠가 질문했다. 그에 쥬시마츠는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 형을 보고 있어. "
" 아니, 지금 말고 거울에 뭐가 있냐고. "
" 그러니까, 형을 보고 있었어!! "
" 무슨 개소리야. 너만 보고 있었으면서. "
" 응, 맞아!! "
" 아 진짜!!! 똥꼬털 태워버린다!! 언제까지 그 짓 하고 있을 거야! "

하지만 이내 거울을 보는 쥬시마츠 때문에 쵸로마츠는 제풀에 지쳐 포기했다. 형제 중에서 쥬시마츠만큼 회유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까 하는 평을 가진 쥬시마츠다.

이미 오소마츠. 이치마츠. 토도마츠가 도전했다가 실패했으며. 조금 전 쵸로마츠도 실패했다.

한번 거울의 세계에, 자신의 세계에 빠진 쥬시마츠를 건져 올리기란 마치 얇은 종이로 금붕어를 떠올리는 것과 같아서 대부분 놓치고 다시 물속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 카라마츠 형! 이제 쥬시마츠 좀 말려보라고!! 벌써 한 달 째야. 정상이 아니라고. 형이랑 똑같은 행동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미쳤어! 안 그래도 정상이 아닌 애가 완전히 형처럼 되어선. "
" 에, bro- 그 말은 무슨 뜻... "
" 그 할망구가 무슨 사연 있는 거울이라도 줘서 쥬시마츠 형 홀린 거 아니야?! 에, 그럼 귀, 귀신?! 히이익. 에, 엑소시스트라도! "
" 토도마츠~으. 진정해 그럴 리가 없쟌? 사실 쥬시마츠가 없을 때 나도 한 번 써봤는데 그냥 평범한 거울이었다고. 어, 그럼 더 문제 있나? 헤- "

결국 참다못한 쵸로마츠의 폭발로 형제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단지 조용한 건 카라마츠와 이치마츠 뿐이었는데 카라마츠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였고 이치마츠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 진짜 이쯤 되면 나중에 카라마츠 형처ㄹ... "
" 쥬시마츠. "

그리고 구석에서 일어나 쥬시마츠에게 말을 걸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이치마츠를 쳐다보고 그 분위기에 이윽고 쥬시마츠도 쳐다보았다. 무시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 왜에? 이치마츠 형. 헤에. "
" 이제. 거울 그만 봐. "

진지한 이치마츠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어차피 무시당하지 않을까?

" 형은 내가 거울을 보는 게 싫어? "
" 그래. 너답지 않아. 난 같이 야, 야구도 하, 하고 싶고. "

말을 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이치마츠의 모습을 보던 쥬시마츠는 드디어 거울을 손에서 놓았다.

" 에에. 그렇슴까? 그렇게 야구가 하고 싶었다니! "
" 그래 bro- 사실 너는 햇살아래에서 샤이니 한 모습이 더 어울린다제. 거울과 어울리는 남자는 오레! 카라마츠 뿐. "

카라마츠의 헛소리에 쥬시마츠가 시선을 돌린 사이 거울을 치워버린 이치마츠는 쥬시마츠가 다시 눈치채기 전에 손을 이끌었다.

" 자, 가자. "
" 예엣. 알겠슴다 맛스루!! "

그 날 쥬시마츠는 거울을 보지 않았다. 야구를 하고 온 쥬시마츠는 정말 종일 야구 이야기를 해대서 다들 드디어 관심사가 돌아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 저게 쥬시마츠지.

그렇게 모두가 수긍하고 다음 날 모두가 외출했다. 정정. 기타 줄을 사고 온 카라마츠와 일찍 돌아온 쥬시마츠만이 집에 있게 되었다.

기타를 정돈하고 거실에 내려온 카라마츠는 자신의 거울을 들고 있는 쥬시마츠의 뒤통수를 보았다. 이치마츠가 치워버린 거울을 찾지 못한 거겠지.

쥬시마츠의 그 간의 행동을 기억하고 옆에 앉은 카라마츠는 턱에 손을 괴고 물끄러미 쥬시마츠를 보았다.

쥬시마츠는 그냥 넋 놓으며 거울을 보는 게 아니었나?
쥬시마츠는 무표정했다가. 화를 냈다가. 언짢아했다가. 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다채로워 한참을 그 얼굴을 보다가

" 하하. 쥬시마츠 내 거울이 마음에 드나? 아니면 뭘 물어보고 있나? "

" 카라마츠 형. "
" 어, 어? "

거울을 보면 주변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쥬시마츠가 말을 걸자 그는 순간 말을 더듬고 말았다. 그냥 지나가는 듯한 혼잣말이었는데.

" 거울을 보면 웃고 있는 내가 있어. "

" 그, 그래 그렇지. "

거울은 뭐든지 반사해서 보여주니까... 그러나 카라마츠는 말을 삼켰다. 드물게 진지한 쥬시마츠의 모습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돌았다.

" 근데 입을 다물면 꼭 오소마츠형 같고. "
" 이러엏게 눈썹을 모으면 카라마츠형 같고. "
" 입을 이렇게 하면 쵸로마츠형 같고. "
" 눈을 반만 뜨면 이치마츠형 같고. "
" 입을 이렇게 귀엽게 하면 토도마츠가 있는 것 같아. "

" 근데 그건. "

" 오소마츠형 같은 나고. "
" 카라마츠형 같은 나고. "
" 쵸로마츠형 같은 나고. "
" 이치마츠형 같은 나고. "
" 토도마츠 같은 나야. "

" 결국, 거울은 나밖에 볼 수 없었어. "

쥬시마츠는 숨이 찬지 잠시 말을 멈추었다.

" 그게 왠지 나는 슬퍼서... "


형. 왜 거울을 보며 항상 슬퍼하고 있었어?




" 그러니까... 이딴 것으론... "
" 쥬시마츠 뭘 하는.. !! "

휙, 쨍그랑!!

" !! "

쥬시마츠는 거울을 바닥에 내리쳐 순식간에 산산조각 내버렸다. 여러 파편이 튀어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얼른 치워야하는데... 어째서인지 카라마츠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일어선 쥬시마츠를 멍청히 쳐다보기만 할 뿐.

" 이런 것은 우리가. 내가 될 수 없어. 카라마츠 형. "


있잖아. 우리. 같이 노래 부르지 않을래?


아! 그때 나의 감정은 슬픔인가? 환희인가!
어쩌면 그 거울은 진실로 진실의 거울이었을지 모른다.

이 아이가 궁금해 했던 진실은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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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시마츠. 너 머리 많이 길었어. 잘라. "
" 에? 어, 으응. "

 

쥬시마츠는 자신의 뒷 목을 스치는 쵸로마츠의 손가락에 솜털이 오소소 곤두섰다. 쵸로마츠의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이 뒷목을 스윽 하고 지나가자 몸 한구석이 찌릿했다. 몇달 전부터 이런 미묘한 접촉이 잦아졌지만 기분 탓으로 넘길 만큼 짧은 접촉이어서 쥬시마츠는 이 순간이 항상 어색했다.

 

" 귓가에도 많이 내려왔잖아. "

 

그러면서 이번에는 귀를 쓰다듬는 쵸로마츠의 손길에 쥬시마츠는 손을 꽉 쥐었다.

 

" 엣. 그렇슴까? 쵸로마츠 형아는 아, 안 잘라도 돼? "

 

태연하게 대답을 하려던 쥬시마츠는 끝에 말을 더듬고 말았다. 그런 자신의 실수에 쵸로마츠는 쥬시마츠를 물끄러미 보다가 손에 들고있던 책에 시선

을 내렸다.

 

" 어. 나는 자주 잘라. 너도 좀 자주 잘라. 머리에 바보 털도 없애버리고. "
" ... "

 

쥬시마츠는 쵸로마츠의 옆모습을 보다가 내려앉는 어색함에 굴러다니는 짐볼 위로 올라가 배를 붙인 채 놀았다.
하지만 이내 쥬시마츠는 그 선택을 후회했다. 짧은 바지위로 드러난 허벅지가 따끔따끔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시선이 느껴졌다. 허벅지가 화끈거릴 정도의 시선이다.


자신의 뒤에는 현재 쵸로마츠 형뿐인데 정말 이상하다. 쥬시마츠는 곤란하다.

 

드륵,

 

" 아, 이치마츠 형아! "
" 쥬시마츠. 뭐해? 같이 고양이 보러 가지 않을래. "
" 응! 좋슴다. 헛스루 헛스루 맛스루 맛스루! "

 

때마침 들어온 이치마츠 형이 반가워 쥬시마츠는 턱이 아플 정도로 크게 웃었다. 나가면서 힐긋 쵸로마츠 쪽을 보자 그는 그저 책을 읽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그건 기분 탓이었나보다.

 

 

 

미묘한 접촉은 그 뒤 몇 번이나 있었다.
예를 들어 자연스럽게 뻗은 것 같은 쵸로마츠의 손이 다리를 스친다든지. 다 같이 샤워를 할 때 쥬시마츠의 등에 쵸로마츠의 손이 잠시 훑고 지나

가는 그러한 것. 그런 접촉이 수없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쥬시마츠는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잠에서 깨었다. 비몽사몽한 정신에 쥬시마츠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까만 천장이 남색으로 보일 때쯤

쥬시마츠는 번쩍하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자신의 잠옷 상의가 올라가 배가 서늘했다. 하지만 그 보다 상의 안에 들어와 자신의 가슴을 간지럽히는 손

이 있었다.

 

" 읏. "

 

쥬시마츠는 한참 천장을 바라보다 손가락이 가슴을 할퀴자 작은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옆에 누워 자는 사람은 쵸로마츠 형뿐이다. 쥬시마츠는 힘겹

게 눈을 굴려 옆을 보았다. 하지만 쵸로마츠는 자고 있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형이 자신을 놀리는 것인가 한참을 보았지만 쵸로마츠의 숨소리는 고

르기만 했다. 그 뒤로 손은 가슴에 놓인 채 가만히 있었기에 쥬시마츠는 형이 잠결에 손을 넣었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가슴 위에 놓은 쵸로마츠의 손은 고의인 듯. 우연인 듯. 움찔거리며 쥬시마츠의 젖꼭지를 간지럽힌다.

 

" 쵸, 쵸로마츠 형... "

 

쥬시마츠는 더 참을 수 없어 작게 쵸로마츠를 불렀지만 쵸로마츠는 미동 조차 없었다. 깔짝깔짝 쵸로마츠의 가는 손가락이 자신의 꼭지를 긁을 때마

다 쥬시마츠는 옆구리를 찔린 듯 움찔거렸다. 결국, 쥬시마츠는 흥분한 몸에 당황하며 조심히 화장실로 갔다.

 

" 흐? 아. "

 

자위에 익숙하지 않은 쥬시마츠는 몇 번이고 헛손질을 했다.

 

" 쥬시마츠. 뭐해? "

 

쥬시마츠는 갑자기 들리는 쵸로마츠의 목소리에 벼락을 맞은 듯 놀랐다. 급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채 잠그지 못한 문을 열고 쵸로마츠가 들어온 것이

다. 쵸로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쥬시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 에, 그... 그냥... "
" 흠. 나 급한데. "
" 어, 어. 형아 미안... "

 

쥬시마츠는 앞을 본채 이도 저도 못 하고 굳은 듯이 서 있었다. 이 행위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바지를 올리고 쵸로마츠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할지를 몰라 쥬시마츠는 우왕자왕 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쵸로마츠가 자신의 분신을 잡았다.

 

" 으앗? 쵸로마츠 형. 손, 소온. "
" 가만있어. "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의 어깨에 턱을 얹고 손을 움직였다.

 

" 으, 으아. 쵸로맛, 츠으 형. 아 손 놔 줘! "
" 앞이나 봐. 쥬시마츠. "

 

쥬시마츠는 속절없이 신음만 흘렸다. 쵸로마츠는 한 손으로는 쥬시마츠의 분신을 한 손은 상의에 집어넣어 쥬시마츠의 가슴을 만졌다. 아까 자극 당

한 가슴은 알 수없는 찌릿함을 크게 가져왔다.

 

" 으, 아! "

 

쥬시마츠는 결국 형의 손에 절정을 맞이했다. 수치스러운지. 만족스러운지. 알 수없는 쥬시마츠의 얼굴은 붉었다. 항상 웃던 입매도 당황으로 일그러

졌다.

 

" 아, 손 더러워 졌네. "
" ! 쵸, 쵸로마츠 형. 미, 안... "
" 됐어. 볼 일 다 봤으면 나가. "
" 으, 응. "

 

쥬시마츠는 급하게 바지를 입고 뒤 돌아 나가려고 했다. 기묘한 열기가 느껴지는 화장실의 분위기가 쥬시마츠를 억눌렀다.

 

" 쥬시마츠. "

 

나가려던 쥬시마츠는 자신을 부르는 쵸로마츠를 차마 쳐다보지 못 하고 그저 응. 이라고 대답했다.

 

" 자기전에 손 씻고 자. "
" 응... 응! "

 

휴... 쥬시마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맹한 쥬시마츠도 안다.

' 쵸로마츠 형은 뭔가 다르다. ' 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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