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쥬시마츠. 널 좋아한다. "
카라마츠는 어느 좋은 날. 무심코 자신의 감정을 고백해 버렸다. 정말 뜬금없게도 몇 년을 고민해 왔던 그 말을 너무나 쉽게 나와버렸다.
그저 좋은 날. 쥬시마츠를 보고 정말 무심코.
" 나도 카라마츠 형을 좋아해- 우린 가족이니까! "
그 말에 카라마츠는 얼굴이 굳었다. 언뜻 보면 그 대답은 당연했지만 카라마츠는 이게 쥬시마츠의 거절이란 것을 알았다. 쥬시마츠는. 항상 어린아이처럼 웃는 자신의 동생은 예전부터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자신의 고백도 그저 가족끼리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아챘던 거다.
" 아니, 쥬시마츠. 나는 널 가족이 아닌..! "
" 카라마츠 형! 엄마가 기다리겠어. 심부름 왔잖아. "
그러면서 쥬시마츠는 비닐봉지를 흔들더니 뒤돌아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아, 안돼.
이 순간이 지나가면 자신에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쥬시마츠는 이제 자신과 단둘이 심부름을 오지도 않을 것이고, 지붕 위의 노래도 이제 부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내가 자신을 가족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걸 눈치챘으니까.
이제... 이제, 쥬시마츠는.
" 쥬시마츠!!! "
카라마츠는 다급하게 쥬시마츠를 잡았다. 손안에는 쥬시마츠의 손목 대신 기다란 빈 소매만이 잡혔다.
카라마츠는 평소처럼 온갖 미사여구를 붙인 대사도. 연습해왔던 멋진 동작도 생각나지 않았다.
" 쥬시마츠. 가지마. 제, 발. 우흐흑. "
카라마츠는 너무나 벅차오르는 감정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쥬시마츠의 당황한 모습에 그만두어야, 포기해야 함을 알았음에도 그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렸다.
" 쥬시마츠. 제발 나를 떠나지마. 버리지마. 제발. 나를 경멸하지 말아줘. 흐윽. 제발. "
" 카, 카라마츠 형. "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소매를 잡고 그저 울었다. 더 말해야 하는데 어서 매달려야 하는데. 입에서는 울음소리만이 나올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뿌리치지 않는 쥬시마츠의 행동에 그는 희망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 네가 지금 가버리면, 이제 아무도 날 사랑해 주지 않을거야. "
" 아니야, 카라마츠 형! 모두가 형을 사랑해. 오소마츠 형도. 쵸로마츠 형도. 이치마츠 형이랑 톳ㅌ... "
" 너는, 이제 날 사랑해 주지 않을 거잖아. 쥬시마츠 너는! "
" 아니야. 나도 형을... "
" 가족으로써? 우흑... 그런건 내가 바라는 사랑이 아니야. 난...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 차라리 내가 더럽다고 해! "
" ... "
" 네가 지금 가 버리면 나는 죽을거야. 숨을 쉬지 않을거야. 혀를 깨물거야. 옥상에서 뛰어내릴거고 물속에 가라 앉을 거야. "
카라마츠는 이번엔 쥬시마츠를 당겨 끌어 안았다.
비닐봉지도 떨어트린채 자신에게 끌려오는 쥬시마츠를 카라마츠는 부숴져라 끌어 안았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키를 가진 동생이 왜 이렇게 좋은지. 사랑스러운지. 카라마츠 자신도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쥬시마츠는 자신을 거부하지 못 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그는 울면서 웃었다.
쥬시마츠가 자신을 가족이라 생각해도 좋다. 쥬시마츠는 자신을 밀어내지 못한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카라마츠는 자신의 목숨으로 쥬시마츠를 협박했고, 그것은 썩 먹혀들었다.
" 사랑, 사랑해. 쥬시마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 ... "
쥬시마츠의 등 뒤로 늘어진 그림자를 바라보며 카라마츠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어느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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